미국 뉴멕시코는 자동차 번호판에 Land of Enchantment로 소개되는 주로서 정말 신기한 것들이 많습니다. 땅도 울그락 불그락 신기한 색깔이 많고, 붉은 빛의 산타페로 유명한 주이지만.. 전체적으로 사막 같은 땅들이 많고 생산성이 떨어져 못사는 주 중에 하나인데.. 그래서 그런지 신기한 것들이 참 많습니다. 

미국의 다양한 국립공원 중에 가장 특이하고 (?) 유닉한 국립공원이 뉴멕시코 주 남부에 위치한 칼스배드 동굴 국립공원인 것 같습니다. 뭐 큰 동굴이겠지 뭐가 신기할 게 있을까 생각하겠지만.. 엄청나게 큰 동굴과 사막 기후가 만나 전혀 상상하지도 못한 광경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바로 배트맨도 울고 갈 빙글빙글 박쥐쇼 (Bat Flight)입니다. 요즘 코로나 때문에 박쥐가 주목을 받고 있는데, 생각보다 박쥐가 엄청나게 많더라구요.

일단 국립공원 입구부터 사막 느낌이 훅 납니다. 아래는 2007년 방문 당시 찍었던 사진들입니다.

칼스배드 동굴 국립공원 입구에서 사진 찍는 사람들
사막의 선인장
사막의 도마뱀

먼저 낮시간 동안 여유가 있을 때 동굴 탐사 탐험을 즐기면 되겠습니다. 입구에서 부터 걸어 내려가는 옵션이 있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는 옵션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내부는 대부분의 동굴이 그러하듯 다양하고 큰 종유석과 석순 등을 구경하는 것으로 특이함은 별로 없습니다. 낮에도 시원하다? 아마 북미 최대의 동굴 정도가 기억에 남는 부분입니다.

동굴 입구
입구에서 걸어내려 가기
동굴내부
동굴 내부의 석순
동굴내부 종유석

여기까지는 그냥 저냥 평범한 큰 동굴 탐험 정도 되겠습니다.

그런데 국립공원 입장할 때 나눠주는 설명자료를 보면 초저녁이나 새벽에 다시 공원을 방문하라고 되어 있습니다. 바로 약 30만 마리의 박쥐가 저녁 사냥을 나가거나 새벽에 돌아오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박쥐들은 낮 동안에 동굴 안에 숨어 있다가 어스름해지면 사막으로 곤충 사냥을 나간다고 합니다. 신기한 것은 30만 마리의 박쥐가 서로 초음파로 소통을 하면서 일사 분란하게 빙글빙글 돌면서 단 하나의 동굴입구를 통해 나가고 돌아온다는 사실입니다.

초저녁부터 박쥐가 출몰하기를 입구 관람장에서 기다리면 되고 어느 순간 래인져들이 초음파 측정기를 이용해서 박쥐들이 나오는 것을 미리 예측합니다. 초음파 측정기에서 띠띠띠 소리가 나고 잠시 후 박쥐가 나오기 시작하면 그야말로 빙글빙글 장관의 박쥐쇼가 펼쳐집니다. 그야말로 30만 마리의 박쥐들이 서로 부딪히지 않기 위해 빙글빙글 춤을 추며서 좁은 동굴을 탈출합니다. 박쥐들의 빙글빙글 댄싱과 초음파 소통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불빛도 없고 소리도 내지 못하게 합니다. 초저녁 검푸른 하늘의 실루엣으로 박쥐쇼를 감상해야 합니다. 달도 휘영청 떠 있었는데 박쥐 한마리가 달을 배경으로 날라가니 그야말로 배트맨 영화가 따로 없었습니다.

당연히 일체의 사진 촬영과 플래쉬 이용, 동영상 촬영도 금지해서 기록을 남기지 못했습니다. 머릿속에만 그 광경을 담아 두어야 했습니다. 아무리 박쥐쇼가 생전 처음보는 장관이긴 하지만 이를 이해 못하는 어린 딸을 데리고 40여분 동안 소음을 내지 않는다는 것은 여간 힘든게 아니더라구요. 아이를 달래기 위해 조그만 소리라도 낼리치면 오지랍 넓은 미국애들이 쉬쉬하면 난리에 난리입니다. 박쥐쇼는 한 1시간 정도 관람하면 충분하고, 새벽에 박쥐들이 돌아오는 장면도 구경할 수 있으나 일찍 일어나는 것이 부담스러워 포기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보기 힘든 광경이란 강렬한 인상이 남아 있었고, 2014년 가족들과 함께 다시 칼스배드 동굴 국립공원을 방문했습니다. 7년 만에 다시 찾은 칼스배드 동굴 국립공원은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서 동굴 내부를 탐험하고, 처음부터 초저녁 박쥐쇼에 집중했습니다.

단장된 국립공원 입국에서 찰칵
박쥐쇼 설명 자료 촬영
동굴 입구 관람장에서 박쥐쇼를 기다리는 사람들
공원 래인져가 박쥐쇼에 대해 이것 저것 설명하고 있는데 미국애들은 질문도 많아요~

역시 박쥐쇼 촬영은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촬영하지 못했고요, 대신 박쥐가 출몰하기 전에 동굴 입구 분위기를 영상에 담아 봤습니다. 동굴 입구에는 다양한 새들이 벌레를 잡기 위해 동굴 다이빙 쇼를 펼치고 있고, 박쥐가 나타나기 시작하면 새들은 감쪽같이 사라집니니다.

 

혹시 뉴멕시코를 방문하면 정말 신기한 박쥐쇼를 보기 위해 꼭 칼스배드 케이번 국립공원을 방문할 것을 추천합니다. 1박 2일 일정이면 충분하고 초저녁이나 새벽시간에 공원을 방문하는 일정을 꼭 포함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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