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큰 폭발이 있었죠. 신산한 중동인의 삶에 또하나의 짐이 얹어진 것 같아 마음이 무겁습니다. 작년 이스라엘 텔아비브로 출장을 갔었기 때문에 이번 재난이 더욱 아프게 느껴지더라구요. 레바논과 이스라엘은 남북으로 국경을 맞대고 있고 둘 다 서쪽으로 지중해를 면하고 있어, 자연스럽게 민족, 문화, 기후, 음식 등에 공통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스라엘에 처음 입국할 때는 나름 복잡한 마음이었습니다. 이스라엘하면 떠오르는 예수님의 나라라는 이미지도 있지만, 분쟁지역,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등등 위험지역이라는 이미지가 워낙 강해 왠만하면 분쟁에 휘말리지 말아야겠다, 행동을 조심해야겠다 하는 생각을 많이 했었습니다. 뭐 막상 입국해 보니 여기저기 꼬부랑 히브리어 글씨를 제외하면 꽤 평온해 보였습니다. 텔아비브라는 잘 정돈된 도시가 주는 심리적 안정감도 한몫한 것 같습니다. 실제로 텔아비브는 분쟁지역들과 거리가 있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합니다. 아마 외국인이 우리나라를 처음 방문할 때 북한을 떠올리며 불안해하지만 서울을 경험하고 우리나라 사람들 아무도 북한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는 것과 비슷할 것 같습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 공항 상공
이스라엘 호텔 아침 부페 음식 - 왼쪽 계란/토마토소스 요리(샤슈카)가 특색 있음
평온한 텔아비브 레호보트 아침

이스라엘에서 며칠 생활하면서 느낀 것은 생각보다 서양인들이 많지 않고 다수가 중동 사람들이라는 것, 자동차가 많이 낡았다는 것, 음식이 지중해 음식인지 중동 음식인지 맛있다 특색있다는 것, 맥주도 맛있다는 것 정도 였습니다. 또 목요일이 우리의 금요일이고, 금요일은 우리의 토요일이고 토요일이 우리의 일요일이라 토요일엔 요리를 안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전날 남은 음식을 먹는다고 하고 커피도 끓이지 않고 믹스를 타먹어야 합니다. 일요일은 월요일처럼 일을 시작하고, 목요일 저녁은 우리의 불금에 해당해서 왠만한 식당 자리잡기가 매우 까다로웠습니다. 

초청자 주최 만찬 음식 - 각자 주문하라고 해서 스테이크 시켰습니다
중동 특색 음식 - 이름이 뭐였드라
중동 특색 음식 - 이름이 뭐였드라
중동 특색 음식 - 이름이 뭐였드라

며칠 머무르는 동안 초청자 만찬에도 가고, 현지 한국분들의 안내에 따라 레바논(?)식 중동 음식점에도 갔었습니다. 음식 이름은 기억에 나지 않는데 대체적으로 무난하고 특색이 있었습니다.

공식일정이 끝나고.. 동료들과 다음에 또 기회가 없을 수 있으니 예루살렘을 방문해 보기로 했습니다. 택시를 타고 40분 정도 고속도로를 달리면 되는데 편도 10만원 정도 들었습니다. 택시기사가 왠일로 새차를 끌고 왔는데 기아차 였고 오늘 첫 개시했는데 첫 손님이 한국인이고 예루살렘에 가는 일정이라 뭔가 좋은 징조라고 아주 좋아하셨습니다. 딸과 문자로 하트 뿅뿅하면서 대화하길래 살짝 물어보니 자초지종을 설명해 주더라구요. 역시 종교를 개척한 민족답다는 생각과 함께 덕분에 우리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예루살렘 가는 길
예루살렘 도시 입구
예루살렘의 산꼭대기 집들

예루살렘 (Jerusalem) 은 지중해 해안가에서 벗어나 내륙지역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점점 지대가 높아져 산악지대에 도시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특이하게 산꼭대기에 집이 지어져 있더라구요. 아마 다윗과 솔로몬이 세웠다는 올드시티를 따라 그렇게 개발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산악지대에서 물을 어떻게 공급받았을까 궁금했습니다.

결국 다윗과 솔로몬이 이스라엘 민족을 위해 세웠다는 다윗의 도시 혹은 올드시티 (Old City)를 관광하는 것이 핵심이 되겠습니다. 예루살렘 올드시티는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 등 3개 종교의 성지로서 오랜 역사를 바탕으로 평화롭게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도시도 4구역으로 나눠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 아르메니안 정교 지역으로 구분해서 살고 있고 특별히 경계가 있는 것이 아니고 유대지역을 들어갈 때 빼고는 자유롭게 사람들이 왕래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일행은 기독교는 아니지만 다윗의 성부터 시작해서 예수님의 길도 따라가 보고 부활하신 곳, 통곡의 벽 등도 방문했습니다. 이슬람 사원은 금요일 오후엔 무슬림을 제외하고 출입이 제한되어 방문하지 못했습니다.

다윗의 성
다윗의 성에서 바라본 돔 (이슬람 사원)
골고다 언덕
통곡의 벽
올리브 산에서 바라본 돔
오래된 올리브 나무

역사를 잠깐 읽어보니.. 이슬람 사원은 모하메드가 계시를 받은 성지여서 세워졌는데 그곳이 하필 유대민족이 시작한 아브라함의 바위 (Rock)가 있는 특별한 장소이고 그곳에 더이상 못들어가게 하니 통곡의 벽 (서쪽벽: West Wall)에 대고 기도하게 된 것이더라구요. 유대인들은 전세계 어디서나 이곳을 향해 예배를 한다고 합니다. 예수님의 길은 로마시대부터 너무 잘 발달되어 있어 상상하던 것들과 살짝 달랐습니다. 골고다의 언덕도 그냥 낮은 오르막길인데 모두 돌과 건물로 둘러쌓여 있어 책에서 읽던 척박하고 거친 느낌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어떻게 보면 사막기후에도 잘 자라는 올리브 나무처럼 척박한 중동인의 삶이 3개의 종교로 귀결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떻든 그들의 삶과 그 삶의 기록이 전 세계를 뒤덮고 위안을 주고 있으니 대단하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귀국길에 공항에서 올리브 오일이 이스라엘 특산품이라고 해서 큰 걸로 두병 구매했습니다.

다음은 예루살렘 방문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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