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을 처음 방문한 것은 2001년 여름이었습니다.

분단을 끝내고 통일이 된 지 약 10년 정도 흘렀을 때 였죠. 동서의 격차가 아직도 남아 있어서 동독 지역에선 아직 영어가 잘 통하지 안 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래도 통일의 흥분이 아직 가라앉지 않았는지 여름이면 Love Parade라고 해서 테크노뮤직 축제가 일주일간 베를린 전체를 덮었습니다. 이 기간 동안 전 유럽의 젊은이들이 베를린으로 모여 들어 기괴한 음악을 즐기고 길거리에서 막 맥주를 마시고 약간 광란의 분위기를 연출하고 그랬습니다. 평소에 얌전하던 독일 젊은이들도 이때 만은 해방구처럼 머리를 알록달록 염색하고 베를린 시내로 나갔습니다.

어쩌다 이 기간에 베를린에 도착해서 엉겹결에 러브 페레이드를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시끄러운 뮤직과 길거리에서 꽁짜로 나눠주던 코카콜라, 술취한 젊은이들, 혼란스런 그래피티 낙서들, 커다란 소세지, 맛있는 맥주, 편리한 대중교통 등이 기억에 강렬히 남습니다.

그 이후 몇차례 더 축제가 이어졌지만 여러 사회문제가 발생하는 바람에 이제는 없어진 행사가 된 것 같습니다.

우리도 통일이 되면 이렇게 흥분된 상태가 한동안 지속되겠죠. 이름하여 사랑 축제를 독일처럼 한 10년은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꼭 통일이 아니어도 남북 자유 왕래만 가능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중국도 가고 베트남도 가는데 같은 민족인데 왜 북한을 못가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베를린 장벽 박물관에서 건진 사진

다시 10년 만에 찾은 베를린은 한껏 차분해 져 있었습니다. 이제 통일은 생활화가 되었고, 동서격차란 것이 언제 있었느냐 싶게 도시는 활기차 있었습니다. 거리도 한껏 깨끗해 졌고, EU의 중심국가로서 위용이 느껴졌습니다. 쿠담 거리는 명품거리가 되어 있었고, 베를린 장벽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박물관 만이 이곳에 장벽이 있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박물관엔 나찌 시절을 반성하며 위 사진을 전시해 놓았더라구요. 모든 사람이 손을 들어 나찌를 반길 때 한 분이 팔짱을 끼고 못마땅한 표정으로 서 있습니다. 휩쓸리지 않는 용기! 요즘 우리에게 필요한 덕목인 것 같습니다.

아래는 그 이후 몇번 더 베를린을 방문했을 때 찍은 사진들입니다. 시원한 날씨와 맛난 맥주로 기억되는 도시입니다.

한적한 식당에서 맥주 한잔하며 찰칵
시멘스 본사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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